2008년 5월 12일 월요일

지구에서 온 사나이 The Man From Earth (2007) [★★★★]

지구에서 온 사나이 The Man From Earth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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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줄거리
교수직을 사직하고 떠나려는 어느 역사학자의 집에 송별파티를 해주러 동료들이 모여든다. 생물학자, 인류학자, 신학자, 고고학자인 이들에게 역사학자는 시간에 관한 아주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1998 년 작고한 미국의 SF단편 소설가이며 환상특급(Twilight Zone)의 작가였던 제롬 빅스비(Jerome Bixby)가 38년이라는 세월을 걸려 완성한 각본을 리차드 쉔크만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아주 작고도 장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단 외견상으로 보면 이 영화의 모든 부분은 존 올드맨(John Oldman)이라는 역사학 교수가 사직서를 내고 집에서 짐을 챙기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다른 학과의 교수 친구들이 먹을 것을 가져와서 갑자기 떠나버리는 존과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모인다. 이들을 모든 것이 안정적인 올드맨이 왜 떠나는 것인지 궁금해하며 다그쳐 묻는다. 교수직에 10년간 있으면서 학교과 학생들에게 인정도 받았고 친구도 생겼다.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어디로, 무엇을 하러 떠나는 것인지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결국 진실인지 픽션인지 애매모호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만약 1만 4천년전에 태어난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인류학적으로 그 당시와 지금의 인류는 동일한 종이기 때문에 외견상 구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어는 어땠을까? 어떻게 그 사람, 바로 존 올드맨은 1만 4천년이란 세월을 알 수 있었을까?

동료 교수들은 학자들 답게 이러저러한 질문을 던지며 논리의 헛점을 캐내려하지만 틈은 없어보인다. 그는 부처를 만나 가르침을 얻었으며 보스톤에서는 화학교수를 했었고, 고호의 친구였으며 그로부터 그림도 한점 얻었다. 10년주기로 떠나야하기에 신분증을 위조하다가 감옥에 갖히기도 했다. 그의 친구들은 이제 이 말을 믿어야할지 안 믿어야할지 알수가 없게 된다. 그가 정신이상이라고 생각한다면 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 만으로는 석연치가 않다.

:: 감상
※ 스포일러 있습니다.
여기에 영원히 시간의 강을 건너지 못하는 한 남자가 있다. 고고학에서 얘기하는 선사시대의 크로마뇽인이 바로 자신이며, 한 때 자신이 예수였다고 주장하는 한 남자가 있다면 당신은 그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허풍장이나 거짓말장이, 혹은 정신병자라고 여길 것인가? 아니면 그의 논리 정연한 말에 혹해서 사실이라고 여기겠는가?

만일 그가 허풍장이나 거짓말장이가 아니고 정신병자도 아니라면 어떨까?
그의 머리속에서 그가 1만 4천년 동안 살아왔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 실재였다면 어떨까?

실재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외부에서'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물리적 실재가 있고,
둘째는 우리 각자가 경험하여 마음으로 재구성한 개인적 실재이다.
그리고 이 둘 다 진짜 실재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각인된 주관적 실재(개인적 실재)가 착각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오해이다.
그것은 모두 마음의 산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재이며, 어떻게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유일한 실재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실재와 물자체인 물리적 실재를 혼동할 때 착각이 일어난다. 고대 인도의 베단타 철학자들은 이러한 혼동을 마야(maya)라고 했다. 마야를 세계에 대한 잘못된 지각인 착각으로 번역하기도 하는데, 세계에 대한 잘못된 믿음인 '환영(幻影)'으로 해석하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가 마음의 상을 외부 세계라고 생각할 때 환영이 일어난다. 우리가 본 나무를 나무 자체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의 '능가경'에 이런 말이 있다.
"만물은 보이는 대로도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니다."

출처:「과학에서 신으로 (피터 러셀 著)」'세계에 대한 잘못된 믿음, 마야' 中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게 우리 마음에 나타난 감각상(感覺像)에 불과하다면, 우리의 지각을 지지하는 물리적 실재가 존재한다면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그것은 가정에 불과하지 않을까? 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정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정은 그럴듯해 보인다. …… 중략 …… 우리는 물리적 실재를 정확히 모르면서도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 실재의 본질을 밝히려는 건 많은 과학적 연구의 목표였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그런 움직임을 지배하는 많은 법칙과 원리를 밝혀왔다. 그러나 아주 묘하게도 과학자들이 참된 본질을 연구하면 할수록, 그들은 물리적 실재가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 다름을 발견하게 된다.

이 말에 너무 놀랄 필요는 없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의식 형태와 특성뿐이라면, 이런 것들은 근본적인 물리적 실재를 기술하는 적절한 모델이 아닐 것이다.

출처:「과학에서 신으로 (피터 러셀 著)」'알 수 없는 실재' 中에서


인류는 죽음이라는 불치병에 걸렸고, 이 병은 그 누구도 스쳐지나 갈 수 없는 운명이다.
하지만 만일 당신이 1만 4천년 동안 죽지 못하는 병(불사병, 不死病)에 걸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영원을 견뎌낼 것인가?

영화를 본 후 "산다는 것은 어쩌면 기억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마니아를 위한 세계SF걸작선(도솔 출판사 간행) 609 Page

※ 이 영화는 과학적으로는 진화론적 사상을 밑바탕에 뒀으며, 종교적으로는 철저히 반기독교적인 영화입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극렬한 기독교인이거나 광신도라고 판단되는 분들은 감상하시면 상당히 열 받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은 웬만하면 안 보시길 권합니다.

기독교인이지만 열린 시야를 가진 진보적인 신앙관을 가진 분들이라면 보시는 데 크게 지장은 없을 걸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종교를 사람이 만든 신념 정도로 여기는 분들은 재밌게 보시겠구요.
무신론자이면서 기독교를 인류의 적이라고 여기는 분들께는 쌍수를 들어서 추천해드립니다. -.-;

영화의 성격상 우리나라 영화관에서 개봉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독교인 중 99%가 근본주의인 나라에서 반기독교적인 영화를 개봉하는 건 자폭행위나 마찬가지일테니……. "다 빈치 코드"도 개봉을 했으니, 또 모를 일이긴 하네요.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이긴 하지만, 흥행과는 동떨어진 영화이기도 하니 국내개봉은 좀 어려울 겁니다. 어둠의 루트로 다운받아 보셔야할 듯합니다.

반기독교적인 사상이 밑바탕에 깔린 영화이지만, 종교적 성향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면 저예산 영화임에도 상당히 수준있는 괜찮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영화의 말미에 반기독교적인 내용이 나오지만, 반종교적인 영화로 보기보다는 'Sci-fi 영화'라고 보고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관련 영상과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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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 오른쪽으로)
-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한 "케이 팩스 (K-PAX, 2001)"라는 영화이다.
└ 유사한 주제를 다뤘다. 케이 팩스의 주인공은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주장하지만…….

-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히말라야에서 만난 예수의 흔적 Jesus in the Himalayas"
└ 성서에서 언급이 없는 예수의 사라진 유년시절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다큐.

- 예수는 神話다:티모시 프리크, 피터 갠디 (공저)
└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저자가 '예수는 신화다'를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썼다는 말은 아니지만, 사상적 기반이라고 해도 될만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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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프럼 어스 The Man From Earth (2007)

ㆍ감독:리차드 쉔크만 Richard Schenkman
ㆍ각본:제롬 빅스비 Jerome Bixby
ㆍ출연:존 빌링슬리 John Billingsley, 엘렌 크로포드 Ellen Craw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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