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3일 일요일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시간이란 무엇인가?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갈 예정이었다.
날씨가 꾸물꾸물대선지 기분이 한여름 뙤약볕 아래 서 있는 듯 착 가라앉았다. 하릴없이 집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대다보니 짧은 겨울 해가 벌써 서쪽으로 졌는지, 어느새 창 밖이 거뭇거뭇해 보인다.

냉장고 문을 여니, 며칠 전 마시다 남은 'C1'이 보이길래 홀짝대고 있다. 요즘 자주 혼자서 홀짝홀짝… 이러다 술꾼되는 것 아닐까? 하는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걱정이 스치기가 무섭게, '너 이미 고주망태 주태백이야?'라는 핀잔의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듯하다.

간 밤에 Chronos*(시간)이라는 IMAX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시간속으로 침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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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os(시간) [IMAX]

헬라어에서는 시간을 두 가지 단어로 표현한다. '크로노스 chronos'와 '카이로스 kairos'이다.
'크로노스'는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으로서, 일련의 불연속적인 우연한 사건을 의미하고, '카이로스'는 뭔가의 때가 꽉 찬 시간. 즉 구체적인 사건의 순간, 감정을 느끼는 순간, 구원의 기쁨을 누리는 의미있는 순간이다. 카이로스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느끼는 절대적인 시간이다.
※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에 대한 정의는 인터넷 문서를 참조함. (* 카이로스와 크로노스)

지난 밤 Chronos라는 다큐를 보며, 마음속으로는 '카이로스 kairos'를 느끼고 있었다. Chronos(시간)라는 다큐를 제작한 제작진이 의도한 것은 '시간'이 빚어내는 무한성과 파괴성 그리고 Chronos(시간)적인 시간의 성질로 인해 필연적으로 느끼게 되는 '허무'의식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허무'의 너머에는 시간의 또 하나의 속성인 '카이로스 kairos'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모든 것을 '무'로 돌려버리는 반면, 그 '무'의 너머에는 '구원'의 손길이 우릴 반갑게 영접하고 있지 않을까?

그 옛날 희랍인들은 '크로노스'라는 시간의 영원성 속에 '카이로스'라는 시간의 전환성을 가미할 줄 아는 참으로 멋지고도 유유자적한 사람들이었나보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이런 고민아닌 고민도 시간이 나야할텐데 말이다. 근데 시간은 항상 흐르는 건데, 나는 왜 지금 '고민할 시간까지 마련할까?'하는 한심스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 하! 이거 참 돌고 도는 오리무중 속이로다!

'시간'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알고 싶어서 읽었던 책이 몇 권이며, 인터넷 문서가 분량이 얼마였던가. 하지만, 난 여전히 희랍인의 '시간'에 대한 정의의 틀 안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꾸 이런 '답 없는 질문'만 던지고 있다간 나도 모르는 새 시간에게 먹히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먹히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시간아! 너 도대체 뭬냐?'
암울해지려고한다…….

이 티스토리를 처음 개장할 때 블로그 이름과 블로그 이미지가 "시간이란 무엇인가?" 였습니다. 뭐 그렇다는 거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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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관한 도서목록] - 수년 동안 시간의 실체가 궁금해서 읽어왔던 도서 목록입니다.


+ 그외 다수

[그외]
인터넷 문서 약 800페이지 분량 읽음.(정리를 해뒀기에 페이지 수를 대략 알고 있고요.)

[너스레]
누군가가 제게 시간이 뭐냐? 고 물어오면 '모른다.' 딱 이 한 마디로 밖에 답을 못할 것 같습니다.
'고전물리학적 관점의 절대시간, 상대론적 관점의 상대시간'... 뭐 이런 단편적인 지식이야 얘기해줄 수 있지만...

아! 그래서 시간이 뭐냐고? 시간의 실체가 뭐냐니깐? 하고 다시 물어오면,
아마도 난 틀림없이 이렇게 얘기할 것 같아요.

시간... 그게 뭔 줄 알면 내가 神이다 짜샤~ 물어볼 걸 물어봐라...

인간은 어쩌면 근원적인 것의 실체는 영원히 밝혀내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빅뱅 우주론에 의하면 이 우주는 無에서 시작됐다고 하더군요. 태초에 Bang하는 찰라, 물질과 반물질, 암흑물질... 심지어 시간과 공간 까지 분리됐다고 하더이다...
빅뱅우주론은 아무리 봐도 과학이라기 보단 공상과학적인 모티브에 가깝단 생각이 간혹 들더군요. (빅뱅우주론 연구하는 분들이 듣는다면  뺨 맞을 소리겠지만;)

그리고 현 우주의 모든 물질(반물질, 암흑물질, 에너지류는 제외)에서 빈 공간을 뺀 순수한 물질입자의 총합은 0(제로, 영)에 수렴한다고 하더군요.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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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에너지의 실체는 또 뭐래? -.-;

어차피 완벽히 증명도 할 수 없는 현대 우주론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현대 우주론은 이건 뭐 과학이라기 보단 철학으로 들어가니...
과학이 다시 희랍 철학으로 회귀하고 있단 생각이 스칩니다. 거기서 와서 거기로 다시 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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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os*(시간) IMAX
: 이 다큐멘터리는 내레이션 없이 음향효과와 영상만으로 이루어진 다큐입니다.

[스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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