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3일 토요일

바보새 이야기 - 다시 쓴 장자

바보새 이야기:다시 쓴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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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사상을 현대적으로 풀이 한 한국형 장자 이야기


ㆍ지은이:이상수
ㆍ그린이:이경신
ㆍ출판일:1998년 7월 30일
ㆍ책형태:신국판
ㆍ출판사:길
ㆍ페이지:145쪽
ㆍ판매가:6,500원
ㆍISBN(13):9788987671031
ㆍ출판상태:절판


| 책 소개 |
장자의 사상을 현대적으로 풀이 한 저술. ㆍ바보새 이야기, ㆍ백정 오시리, ㆍ쓸모 없는 쓸모, ㆍ일장춘몽과 악몽, ㆍ거위영장과 대갈마치, ㆍ강물이 바다를 만났을 때, ㆍ뒤죽박죽의 죽음 등 장자의 사상을 되새긴 글 7편이다.

<장자>하면 떠오르는 한마디, 그건 ‘꿈’이다. 그는 꿈 같은 일생을 꿈처럼 호방하게 풀어놓았던 이야기꾼이었다. 흔히 인용되는 ‘나비의 꿈’도 그렇지만, 장자를 <바보새 이야기>로 ‘다시 쓴’ 이상수 <한겨레> 문화부 기자(연세대 철학과 박사과정)도 그의 꿈 풀이에 사로잡혀 눈물을 주룩 흘렸다. “꿈속에서는 그것이 꿈인 줄 모르고 꿈속에서 또 꿈에 대해 무꾸리하기도” 하는 우리는, “깨어나서야 비로소 그것이 꿈이었는 줄을 안다.”

장자는 우화와 이야기로써 철학을 한 사람이다. 그만큼 재해석할 수 있는 품을 넉넉하게 지니고 세월이 가도 늘 열려 있다. 지은이 또한 장자의 생각을 7편의 이야기로 다시 구성했다. 장자는 특히 기괴한 겉모습을 지닌 우의적 인물들을 많이 등장시켰는데, <바보새 이야기>는 그 지지리 못난 인간형을 한국형으로 변신시켜 읽는 재미를 더한다. 해귀당신, 치룽구니, 옹춘마니, 얽박고석, 검덕귀신 등 낯선 우리말을 익혀가는 기쁨도 쏠쏠하다.

“그냥 웃어넘기면 돼. 웃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지. 웃음에 견뎌내는 게 진짜거든. 웃음에 견뎌내지 못하는 건 다 가짜야.”(‘거위영장과 대갈마치’에서) 비트겐슈타인은 “농담만으로도 훌륭한 철학책을 쓸 수 있다”고 했는데 장자는 그 본보기라 할 만하다.

<바보새 이야기>는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수많은 <장자> 해설서가 아니다. 끝없이 계속될 이야기인 <장자>를 지금, 여기, 마음으로 바라본 ‘또 한편의’ 이야기다. 이 괴상하면서도 슬프고, 대담하면서도 섬세한 이야기들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한 이들을 위해서 지은이는 책 끝에 줄거리나 아이디어를 빌린 <장자>의 출전을 밝혀두었다.

박스글 출처:한겨레21 (글쓴이 정재숙 기자 jjs@mail.hani.co.kr)

| 지은이 소개 |
이상수 :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주역』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제자백가의 논리철학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겨레신문사 베이징특파원, 국제부 기자 등을 역임했고, 현재 여러 매체에 중국 관련 글을 기고하면서 집필에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바보새 이야기(1998, 절판)>, <오랑캐로 사는 즐거움(2001, 절판)>, <이야기의 숲에서 한비자를 만나다(2007)>, <한비자, 권력의 기술(2007)>등이 있다.

| 차례 |
001. 들어가는 말/ 장자, 만년 동안의 고독
002. 바보새 이야기
003. 백정 오사리
004. 쓸모 없는 쓸모
005. 일장춘몽과 악몽
006. 거위영장과 대갈마치
007. 강물이 바다를 만났을 때
008. 뒤죽박죽의 죽음
009. 끝없는 이야기를 맺으며

| 너스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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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즐겁게 술을 마시던 이가 아침에 깨어나 슬피 운다.
꿈속에서 슬피울던 이는 아침에 깨어나 즐거운 마음으로 사냥을 떠난다.
꿈속에서는 그것이 꿈인 줄 모르고 깨어나서야 비로소 꿈인 줄을 안다.
내가 지금 그대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꿈이다.
이 이야기의 풀이를 아는 이를 만세 뒤에라도 만난다면, 아침저녁으로 만난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 장자의 제물론 중에서

20대 초반 무렵부터 장자를 읽어왔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어려운 것 같다. 장자의 우화와 비유들은 정말 환상이나 꿈같은 이야기들이다. 그렇게 환상 같고 꿈같기에 해석의 여지 또한 크다. 하여, 장자를 보는 사람들마다 저마다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 같다.

바보새 이야기는 장자에 나오는 우화들을 짜집기하여 이상수씨가 새롭게 재해석한 우화이다. 이 분은 장자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을 순우리말로 바꾸는 수고로움까지 곁들였다. 이를테면 치룽구니는 어리석어서 쓸모가 적은 사람의 순우리말인데 이책에서의 치룽구니는 장자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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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대형서점에 들렀다가 처음 접했을 때 내가 정말 장자를 읽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다른 우화를 읽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두껍지도 않은 책 한 권을 거의 한 달 동안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소가 여물을 되새김질 하듯이 그렇게 읽었던 구절을 다시 떠올리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한 것은 문맥이 어려워서도 아니요, 지은이가 글을 베베 꼬아논 탓도 아니었다. 장자란 책이 본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현묘함이 있어서 자칫 딴청 부리다간 길을 잃기 쉽상인데 반해 <바보새 이야기>는 너무 쉽고 재밌게 지은 글이라, 더욱 자주 손이 가고 또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서 쓴다는 것이 얼마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며, 어려운 일인지 깨달아 가고 있다. 장인이 되기가 쉬운 일이 아니듯, 평생 체득하여 읽힌 재주를 타인에게 쉽게 전달하는 것 또한 장인이 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을 소화시킨 후에, 저명한 문필가에 뒤지지 않게 글을 풀어내는 재주를 가진 지은이를 한참 동안 부러워했었다. 몇 년 동안 장자의 다른 이야기를 다시 풀어 낸 차기작품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렸지만 끝끝내 나오지 않아서 못내 아쉬웠다. 내가 좀 왕싸가지라 웬만해서는 다른 이의 글을 칭찬하지 않는데, 몇몇 분의 글은 정말 시샘이 날 정도로 좋아라 한다. 이상수씨도 흠모하는 분 중 한 분이시다. 요즘 들어 모차르트의 재능을 부러워했던 살리에리의 기분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네 이웃의 재능을 탐하지 말라'(^^ㆀ)는 말도 있지만, 이웃의 재능을 보고 배울 수 있는 한계까지는 배우자는 마음가짐으로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우화라고는 하지만 중반 이후 대갈마치 왕과 어느 늙은 도인의 대화와, 강물신과 바다신의 대화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다 나오는 점과 군데군데 이어지는 이야기의 시기가 서로 맞지 않은 부분들 등 옥의 티가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장자의 큰 틀 안에서는 그런 것도 큰 흠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국내외로 어렵고, 어지러운 난세, 특히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가져야 할 도(道)가 바로 장자의 도(道)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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