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8일 수요일

영겁의 꿈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1986년 영국의 뉴사이언스 과학잡지는 우주의 모든 별자리를 컴퓨터에 입력시키면 사람 모양을 하고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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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 화면)

즉, 사람 모습을 그대로 확대하면 우주의 모습이 되는 것이지요. 정말 신기한 일이죠? 물론 그냥 우연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과연 우연으로 생각해버리고 말 일일까요?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인간을 소우주라고 불러왔습니다. 인간은 대우주를 가장 많이 닮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인간의 몸 속에 존재합니다.

인간을 이루는 물질은 그 기원을 따라 올라가면 우주 창생시의 기억부터 시작해서 현재 '나'라고 이름 짓는 현재까지의 기억까지 전부 누적되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누가 그런 말을 했냐고요? 지금 제가 이렇게 새기고 있네요. ^^ㅋ).
물질이 그러하건데, 정신의 세계는 어떨까요? 정신은 과연 진짜로 우리가 죽으면 죽는 당사자와 함께 영원히 소멸되어 버리는 것일까요?
생각이란 무엇일까요? 뇌과학에서 얘기하듯이 과연 생각이란 것이 뇌 속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 신호에 불과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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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천문학계에서 알아낸 바로는 우주엔 우리 은하와 같은 은하가 1천억여개 정도 있다고 합니다. 관측 데이타를 기준으로 한 계산이니 아마 앞으로 더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1천억개의 은하 안에는 우리 태양과 같은 항성(계)가 또 1천억개쯤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항성계는 그 자식격인 행성을 함께 거느리고 있으며, 각 행성은 또 위성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런 단순 계산을 하다가 보면 우주엔 물질로 넘쳐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실상 우주의 거의 대부분의 공간은 텅비어 있습니다. 밝혀낸 보통 물질의 총질량은 우주의 총 에너지에 대비하여 계산하면 약 4%(4%의 대부분은 수소와 헬륨이며, 나머지 원소들은 미미하다.) 정도 밖엔 안 되며, 나머지 96%는 22%의 암흑물질(dark matter)과 74%의 암흑에너지(dark energy)라고 부르는 관측되지 않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1천억의 은하와 각각의 은하 속에 있는 1천억의 항성(계) 그리고 항성계 속에 있는 행성과 위성, 혜성과 우주 먼지들... 이렇게 터무니 없이 어마어마한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우주 내의 보통 물질의 총질량은 고작 4%랍니다.

그 중의 한 행성인 지구 속에서 당신과 나라고 구분짓는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거시세계에서 바라본 인간군상들은 너무나 미미하고 보잘 것 없어서 공중에 떠도는 먼지 하나 만도 못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보고 느끼고 숨쉬며 살아가는 현상 세계는 그렇게 보잘 것 없고, 미미한 세계가 아닙니다.
오늘도 지구 안에서는 어느 곳에서는 전쟁을 하고 있고, 아마존 밀림의 수 많은 나무들은 반대편에서 전쟁으로 인해 숲이 파괴되고 사람과 생물이 죽어가고 있는 것과는 아무 관계없이 산소를 방출하고 있습니다.
바다 속, 강물 속, 숲 속의 생태계는 인간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무슨 짓을 하건 아무 관계없이 먹고 싸우며 생태계의 그 거대한 흐름을 유지해나가고 있습니다.
오래전 그 생태계의 바깥쪽으로 벗어난 인류는 생태계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고 착각하며 환경을 파괴, 개조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길을 걷기 시작한 걸까요?
대체 무엇이 인류를 생태계 밖으로 쫓아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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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거시계로 생각을 되돌려봅니다.
우주의 모습이 인간 형상을 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정말 신이라는 절대자가 있어서 그분이 인류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우주 전체의 조감도를 인간형상으로 꾸며 놓은 것이라면 어떨까요?
그렇게 사랑하는 인류가 지금 자행하고 있는 생태계 파괴를 절대자는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사랑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어쩌면 절대자의 눈으로 바라본 인류의 존재감은 먼지와도 같이 부질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언제든 꺼뜨릴 수 있는 존재이기에 그냥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진정 우리 머리 속에서 느껴지는 전지전능한 존재인 神이 계시다면 우리는 정말 조심조심 살아가야 합니다.
한순간 그 신이 입김 한 번 내뿜으면 우리는 일순간에 없었던 존재가 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바람 앞의 등불이 그러하듯이 한 순간 언제 피어올랐는지도 모르게 꺼져버릴 수도 있는 생명이라면, 방종은 그만두고 신이 만들어 둔 '생태계'라는 거대 순환 시스템 속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을 믿으며 살라는 것도 아니고, 신이라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으니 알아서 기어라는 말도 아닙니다.

어쩌면 신이 자신의 존재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인간에게 사고시스템을 주입시켜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성을 머리 속 저 깊은 곳에 심어두셨는지도 모릅니다. 만일 제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면 인간은 어쩌면 멸종은 피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방종스럽게 생활하며 신을 거역하고 신을 부정하는 짓은 그만둬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에 그냥 저절로 존재하게 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신은 하늘에서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진 존재인 듯 안하무인격으로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
그대들은 그대들의 부모님이 안 계셨다면 이 세상에 없는 존재입니다.
부모님도 부모님의 부모님이 안 계셨다면 역시 이 세상에 없는 존재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시초엔 인류의 부모는 남자와 여자 딱 두 사람만이 남습니다.
그 남자와 그 여자를 기독교에선 '아담과 이브'라고 호명하며,
진화론에선 '암수 원숭이* 주1) 한쌍'이랍니다.
(창조, 진화 중 어느 쪽을 믿건 당신 마음입니다. 지금은 창조, 진화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닙니다.)

또다시 시간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 여기에 단세포 생물 하나가 갑자기 나타납니다.

다시 시침을 반시계 방향으로 한참을 돌립니다.
저 멀리 눈에 보일 듯 말듯한 한 점 빛이 보입니다.

다시 시침을 반시계 방향으로 조금 더 돌립니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아무것도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습니다.
물질이 사라지고 세상이 사라지고, 이 우주 자체가 사라진 곳. 시간이 정지된 곳.
그 때 신은 깊디 깊은 영겁의 시간을 잠 속에 빠져들어 있었습니다.

갑자기 신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램수면 상태인가 봅니다.
아하! 신이 영겁의 시간 속에서 이제 막 꿈을 꾸기 시작했나 봅니다.
그 순간
저 멀리 눈에 보일 듯 말듯 한 한 점 빛이 보입니다.
.
.
.
신의 꿈 속에서 어떤 한 사내가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타이핑을 하려는지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은 모습입니다.
영겁의 잠 속에 빠진 신은 마치 자신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일순간 듭니다.
신이 꾸는 꿈 속의 그 사내는 신이 자신에게 이렇게 타이핑하게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1986년 영국의 뉴사이언스 과학잡지는 우주의 모든 별자리를 컴퓨터에 입력시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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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 SF를 꾸며보며…….
신이 영겁의 꿈을 깨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신이 꿈에서 깬 그 세상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신이 꿈에서 깨어나면 어떤 일부터 먼저 시작할까요?

| 너스레 |
기사에서 시작해서 에세이로 그리고 소설적 플롯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런 식의 소설 형식도 있기는 했었죠.
별스럽게 새로울 것도 없는 것이지만, 글을 타이핑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여기까지 쓰게 되네요.
좀 이상스럽기는 하지만 한 편의 짧은 엽편 SF라고 우기기로 합니다. ^^
계속 이어질지 아이디어로 남겨둘지는 아직은 모르겠네요. 작정하고 쓴 게 아니라, 끄적대다보니 플롯이 떠올라서....

| 주석 | (보충 : 오후 2:23 2009-04-21)
* 주1) 원숭이 : 통상 유인원류(Apes) 중 하나라고 두리뭉실하게 표현하지만, 표현만 다를 뿐 원숭이죠.

아래의 삽화는 분자진화적 방법으로 작성한 꼬리없는 원숭이들(Apes 혹은 유인원)의 진화분지도(evolution tree) 입니다. 영장류 연구자들과 인류의 기원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식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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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오랑우탄, 고릴라, 사람, 보노보, 침팬지 입니다.
+ 위쪽 삽화와 삽화에 관한 설명글 출처 : http://hosunson.egloos.com/2270714
원 출처: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421/n6921/full/nature01400.html

[영상 추가] (오후 5:11 2009-04-19)
'우주는 사람의 모습이다' 동영상으로 보기 [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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