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1일 화요일

우주의 구멍:The Hole in the Universe (2001)


우주의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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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목:The Hole in the Universe (2001)
· 지은이:K. C. 콜(K. C. Cole)
· 옮긴이:김희봉
· 출판사:해냄출판사
· 책가격:15,000원
· 출간일:2002.09.05
· 책장정:A5신(223*152mm) / 양장
· 페이지:348쪽
· ISBN(13자리):8973374877


<우주의 구멍>은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논제인, 0(無, zero)의 신비를 규명해 온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책이다. ‘없음’의 수학적 표현인 0의 역사를 더듬어감으로써 무, 0,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초끈이론 등 인간이 우주의 근원을 설명하기 위해 제기한 끝없는 이론의 행렬을 한자리에 모아 매력적인 0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 도서 소개 |
‘없음’은 인간의 뇌에서 나온 가장 풍부한 개념이다!
우주를 가득 메운 ‘없음’은 실재하는 것인가?
과학과 철학 사이에서 갈등하는, ‘0의 신비’를 찾아 떠나는 과학자들의 끝없는 탐구!
존재와 부재를 넘나들며 우주의 근원을 찾아가본다!

출간 의의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매혹적인 논제, 0(無, zero)
0의 신비를 규명해 온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여기에 있다!

보이지도 않고 느끼기도 어려운 ‘없음’이라는 개념이 과연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0을 둘러싼 과학자들의 치열한 연구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동그란 도넛 한가운데 있는 구멍이 ‘없음’인지, 아니면 도넛이라는 것을 알리는 ‘있음’인지에서부터, 검은구멍을 과연 텅 빈 구멍의 개념으로 받아들여도 되는지에 이르기까지 0의 신비는 무한하다.

『우주의 구멍』은 ‘없음’의 수학적 표현인 0의 역사를 더듬어감으로써 무, 0,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초끈이론 등 인간이 우주의 근원을 설명하기 위해 제기한 이론의 끝없는 행렬을 한자리에 모아 매력적인 0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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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부재를 넘나드는 ‘없음’의 매력

다방면에서 학문적 성과를 넘나들며 0의 만찬을 선보이는 K. C. 콜. 그녀는 왜 0의 매력에 빠져든 걸까? 왜 우리는 한계도 없이 흐물거리고, 물질적이라고 하지만 확실한 모습을 알 수 없는 무에 대해 알아야만 하는 걸까? 도대체 왜 존재이자 부재인 무를 탐구해야 한다는 걸까?

니체는 말했다. “우리는 계산한다. 그러나 우리는 계산하기 위해 먼저 허구를 꾸며내야 한다.” 그렇다. 사과 하나와 또다른 하나를 더하기 위해서는 사과라는 ‘실체’ 두 개가 있어야 하지만, 1이라는 숫자에 또다른 1을 더하기 위해서는 1이라 불리는 ‘숫자’를 머릿속에 담아놓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은 기본적으로 허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여기 1과 또다른 1이라는 나름의 ‘실체’가 없는 개념이 또 있다. 존재와 부재를 넘나드는 ‘없음’이라는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없음’은 진정 없는 것일까? 없음을 논하려면 우선 ‘있음’을 가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없음 역시 진정한 없음은 아니다. 왜냐하면 없음이라는 개념을 머릿속에 담아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없음’의 수학적 이름 0, 철학적 이름 무(無)
이 책은 0이라는 개념이 없던 고대에는 사람들이 ‘비어 있음’ 또는 ‘없음’을 어떻게 인식했고 표기했는지 등의 아주 쉬운 문제들부터 시작한다.

다음 페이지의 ‘각 장 내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처음부터 5장까지는 무의 탄생과 역사적 발전, 무와 물리학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우주의 근원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0과 무를 탐구했던 이유를 이 부분에서 알 수 있다.

6장부터는 우주를 설명하는 최신 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는 초끈이론과 무에 대해서 설명한다. 저자는 고대의 황량한 빔(emptiness) 개념부터 현대 물리학에 의해 제기된 공(空, void) 개념을 순차적으로 설명한 다음, 초끈이론과 무의 관계 순으로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여간다.

만물의 근원, 우주의 시작이 ‘없음’이라는 개념에 녹아 있다!
물리학자들의 수많은 저서에서 발췌한 0에 대한 문구를 시작으로 한 편의 컬럼처럼 구성된 이 책을 읽다보면, 무(혹은 없음)라는 개념의 탄생과 역사적 발전에서부터 초끈이론 같은 최신 물리학 이론까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나면 왜 과학자들이 만물의 근원을 설명하는 데 0을 파고드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적인 과학적 지식과 컬럼리스트의 글맛이 어우러진 『우주의 구멍』은 과학을 어려워하는 독자들이 물리학과 수학, 그리고 우주론에까지 흥미를 느끼고 다가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한다.

각 장(章) 내용
+ 초끈이론을 쉽게 풀기 위해 도입된 0의 의미
+ 0의 역사를 더듬어봄으로써 배울 수 있는 만물의 근원!

1장 왜 무인가에서는 이 책에서 다룰 무의 종류에 대해 예비적인 설명을 하고,

2장 무의 등장에서는 0과 무의 내력을 살펴본다. 루크레티우스, 데모크리토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라이프니츠와 같은 사상가들이 무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짧게 살펴보고,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공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또 공간을 채우는 에테르 개념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3장 혼란스러운 무에서는 0의 도입이 수학에서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고, 0과 무한, 미분적분학의 등장에 대해 알아보며, 수학에서 0이 바탕이 되고 기준점이 되어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발상을 설명하고, 항상 0, 즉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양이 물리학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언급한다.

4장 무대 중심에 선 무에서는 마당(장, field), 양자역학적인 현상들 즉 미시적인 규모에서의 불확정성 원리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에너지보존법칙을 어기고 없던 입자들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양자요동, 쿼크는 언제나 몇 개 단위로 뭉쳐 다녀서 홀로 돌아다니는 쿼크는 결코 관찰할 수 없는 것이 결국 진공의 성질 때문이라는 것 등을 말한다.

5장 무대 중심이 된 무에서는 공간이 휘었다는 것으로 중력을 설명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소개하고, 일반상대성이론의 결과로 나오는 검은구멍에 대해서 말한다. 또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매우 거대한 규모에 적용되는 일반상대론과 미시적인 규모에 적용되는 양자론을 조화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현재의 난점을 설명한다.

6장 무의 줄타기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써 초끈이론을 소개하고,

7장 모든 것이 무에서 나온다와, 8장 무소식이 희소식에서는 이제까지 나온 공간, 마당(장, field), 진공, 양자론, 상대론, 초끈이론 등으로 우주를 해명하는 일에 대해 계속 설명한다.

9장 마음속의 무에서는 초점을 약간 바꿔서 우리의 감각에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라는 뜻의 무에 대해 알아본다. 다시 말해서 심리적인 무 또는 감각적인 무에 대해 설명하고, 불교의 무에 대해서도 짧게 말한다.

10장 무를 찾아서에서는 이제까지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하면서 무의 개념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설명한다.


| 책 표지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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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은 인간의 뇌에서 나온 가장 풍부한 개념이다!
우주를 가득 메운 '없음'은 실재하는가?
과학과 철학 사이에서 갈등하는, '0의 신비'를 찾아 떠나는 과학자들의 끝없는 탐구!
K. C. 콜은 우아하고 유머러스하며 풍부한 재주를 지니고 있는 과학 컬럼니스트이다. 그녀는 우주론에서 입자물리학을 지나 끈이론까지 흐르는, 장대하고 생생한 현대 물리학 여행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우리는 모든 길이 결국 '무(無)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우주의 구멍」은 우리 시대의 가장 근본적인 과학 문제들에 대한 흥미롭고 즐거운 탐험이다. - 브라이언 그린(「엘러건트 유니버스」저자)

뛰어난 책이다. K. C. 콜은 원자 속과 우주 밖의 신기한 세상에 파견된 우리의 외교관이다. 그녀는 이사한 물질들로 구성된 11차원 속에서 연관성을 발견하였으며, 거기에서 유머까지 찾아냈다. - 데이바 소벨(「경도」,「갈릴레오의 딸」저자)

'무'라는 개념을 깊이 있으면서도 가볍고 쉽게 탐색한 K. C. 콜은 다양한 방면에서 조예가 깊다. 그녀는 우주론자나 물리학자, 신경학자, 심리학자, 예술가, 심지어는 신비가들이 무의 생산적이고 불가결한 가칠르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 올리버 섹스(의사이자「색맹의 섬」저자


| 책속에서 |
+ 책 속에 담긴 학자들의 명언
매혹적인 논제 0, 그 신비를 규명해 온 과학자들, 고대로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만물의 근원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라!

  • 사물 속에 빔이 있다. ―루크레티우스
  • [빈 공간]은 물체들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리고, 흔들리는 공간은 다시 물체들을 흔든다. ―플라톤
  • 공간은 비어 있지만 아무것도 없지는 않다. 거기에는 무언가 있다. 그 외에 아무것도 없기는 하지만, 공간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뉴턴
  • 무에서 충분히 모든 것을 끌어낼 수 있다. ―라이프니츠
  • 무는 존재를 유혹한다. ―사르트르
  • 우리는 계산한다. 그러나 우리는 계산하기 위해 먼저 허구를 꾸며내야 한다. ―니체
  • 어떤 사람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은, 실제로 그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거나, 금고 속에 넣어둔 돈이 빚과 같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 0은 거기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것이다. ―메닝거
  • 무를 알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서스킨드
  • 어떻게 해서 한순간에는 무언가 있고 다음 순간에는 아무것도 없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콜브
  • 원자는 99.99퍼센트 이상이 빈 공간이지만, 나는 벽을 뚫고 지나가지 못한다. ―레더먼
  • 진공이란 더 이상 아무것도 제거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진공은 빈상자이다. 그렇다고 빈 상자가 구조를 갖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콜먼
  • 우리는 시간과 공간에 너무나 익숙해서 그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은 과학이론과 철학사상의 복잡하고 아름다운 구조물을 불안하게 떠받치고 있는 토대의 일부이다. ―호프만
  • 어떤 것이 실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단순히 그것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와인버그
  • 0은 탐욕스러워서, 곱하면 어떤 수든 0으로 바꾼다. ―베이어
  • 무는 사실이기에는 너무나 놀랍다. ―패러데이그릇은 진흙으로 만들지만, 쓰이는 것은 그릇 속에 담긴 빔이다. ―『도덕경』


+ 각 장(章)의 핵심 구절
  • 우주에는 구멍이 있다. 그것은 벽에 난 쥐구멍처럼 분명하게 어떤 곳에서 어떤 곳으로 통하는 구멍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형태도 없고 경계도 없는 마음속의 빈 자리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부재(不在)이고, 뭔가가 빠진 듯한 틈이며, 우주를 보는 우리의 시각에 크고 뚜렷하게 나타나는 맹점이다.
    ―‘1장 왜 무인가’ 중에서

  • ‘없음’은 실제로 있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없는 것을 뜻하기도 하는 이중성을 가진다. 그래서 극작가, 소설가 등 말장난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것을 끊임없이 이용한다.

    루이스 캐럴(L. Carroll)도 이런 말장난을 했다. 수학 해설의 대가 가드너(M. Gardner)의 지적에 따르면, 『앨리스의 모험(The Alice adventure)』에서 하얀 왕은, ‘노바디(Nobody)’는 토끼보다 빠른데 왜 3월의 토끼보다 늦게 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호메로스도 『오디세이아』에서 똑같은 말장난을 했다.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가 선원들을 잡아먹을 때, 간 큰 율리시스는 키클롭스에게 자기의 이름이 ‘노바디’라고 말했다. 나중에 율리시스는 술에 취해 잠든 거인의 외눈을 불타는 꼬챙이로 찌르고 달아났다. 비명을 듣고 달려와 누가 그랬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거인은 괴롭게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노바디(아무도 안 그랬어)!” 율리시즈는 유유히 달아났다.
    ―‘1장 왜 무인가’ 중에서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0도 없었고, 빈 공간도 없었다. 인간들은 우연히 0과 무에 걸려 넘어졌고, 공포에 떨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0을 멀리했고, 나쁜 영향을 준다고 금지했으며, 심지어 신성모독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 미운 오리새끼는 수백 년이 지나서야 그 잠재력을 꽃피우게 되었다. 수학자 단치히(T. Dantzig)가 말했듯이, 0의 발견은 “발전의 전환점이었고, 그것 없이는 현대 과학과 산업은 물론 상업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2장 무의 등장’ 중에서

  • 0은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한쪽은 무를 보고, 다른 한쪽은 모든 것을 본다. 무한대는 0보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0은 최소한 확실히 멈추는 점이라도 있다. 그러나 무한대에는 가장자리가 없다. 이것은 경계가 없이 새어 나간다. 깔끔하게 매듭진 0과 달리, 무한대는 구석에 몰아넣을 수가 없다. 무한대로 펼쳐진 빈 공간은 벽이나 이성으로 가둘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공(空, void)을 그렇게 싫어한 이유 중의 하나는, 물체가 전혀 저항이 없어서 무한대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인들에게 무한대에 대한 반감은 진공에 대한 반감만큼 컸다.
    ―‘3장 혼란스러운 무’ 중에서

  • 힉스 마당(장, field)이 하는 가장 결정적인 일은 입자(따라서 모든 물질)에 질량을 주는 것이다. 질량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무거운 소파를 밀기 어렵게 하고 야구공보다 볼링 공을 던지기 어렵게 하는 그 무엇이다. 질량은 관성의 척도이고, 관성은 물질이 밀거나 끄는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저항이다. 관성이 없으면,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날아다닐 것이다.

    아, 하지만 대부분의 물질들은 빛의 속도로 날아다니지 못한다. 그 이유는 힉스 마당(장, field)이 걸리적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윌첵은 이것을 ‘우주적 당밀’이라고 즐겨 부른다. 이 걸리적거림을 우리가 질량으로 느끼는 것이다. 이것은 입자들이 어디를 가든지 끌고 다녀야 하는 십자가와 같은 것이다.
    ―‘4장 무대 중심에 선 무’ 중에서

  • 당신이 이 책을 실외에서 읽고 있다면, 빛 입자는 태양에서 온다. 빛은 태양의 눈부신 표면에서 약 8분에 걸친 여행 끝에 우리에게 도달한다. 이 입자는 광속도로 종이를 때리고, 검고 흰 종이 위에 찰나적으로 머물다가 동공으로 들어간다. 빛알들은 망막에 비처럼 쏟아져서 무수한 다른 빛알들과 섞여버린다. 거기에는 코에 맞고 들어온 놈, 유리창에 반사되어 들어온 놈, 안구 속의 걸쭉하고 투명한 액체(때때로 여기에 빛이 차단되어 검은 실 같은 것이 눈에 보이기도 한다)를 뚫고 온 놈, 눈 속의 혈관에 맞고 온 놈과 나뭇잎, 하늘, 개, 손가락, 탁자, 물컵에 맞고 온 놈 등 별별 것이 다 있다.

    이 모든 빛알들이 눈의 뒷면에 모여 이미지를 만들지만, 이것은 뒤집히고 뒤틀리고 혼란스럽고 엄청나게 불완전한 정보의 뒤범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쇄된 종이에서 글씨를 ‘본다’.
    ―‘5장 무대 중심이 된 무’ 중에서

  • 물리학자들에게 알려진 지 거의 30년이나 된 끈이론은,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했다. 이것은 쿼크들이 어떻게 중성자와 양성자 속에 함께 달라붙어 있는가 하는, 이른바 쿼크 속박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그 방정식이 무엇을 묘사하는지조차 아무도 몰랐다. 이 이론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빛보다 빠른 입자를 예측했다. 이 이론에는 물질 입자가 없었고, 힘을 전달하는 입자만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26차원을 필요로 했다.
    ―‘6장 무의 줄타기’ 중에서

  • 사실 유에서 무를 만들기보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더 쉽다.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 인지심리학자 트리스먼(A. Treisman)은 여러 개의 Q 속에 O 하나를 숨겨 놓으면 사람들이 그것을 찾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의 뇌가 O에 꼬리를 붙여 Q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O 속에 Q가 하나 있을 때는 쉽게 찾아낸다.

    다시 말해 있는 것은 찾기 쉽다. 그러나 없는 것은 찾기 어렵다. 두 상황이 거울에 비춘 것과 같이 완전히 대칭인데도 그러하다.
    ―‘9장 마음속의 무’ 중에서

  • 자연은 왜 ‘완벽한 대칭’이 아니라 ‘거의 완벽한 대칭’일까? 왜 그렇게 많은 물리 상수들이 완전히 0이 아니고 0에 근접하는 걸까? 초기 우주를 지배했던 입자와 반입자의 쌍소멸에서 왜 물질이 반물질보다 아주 조금 많았을까? 중성미자는 왜 그렇게 작은 걸까? 시간은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걸까?

    다시 말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불완전성의 이유는 무엇일까? 파인만은 『물리학 강의(Lectures on Physics)』에서 이 질문을 던지고, “아무도 왜 그런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완벽한 대칭은 너무 아름답다는 것을 답으로 제안했다. 그런 다음에 그는 일본의 니코우에 있는, 그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에 대해 말했다. 그 문은 정교하게 조각되어 모든 것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지만, 단 하나의 작은 부분이 거꾸로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것은 일부러 거꾸로 새겨져 있는데, 이유는 신이 인간의 완전성을 질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생각을 뒤집어서, 자연이 대칭에 가까운 진짜 이유를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신이 자연을 거의 대칭으로 만든 것은, 인간이 신의 완전성을 질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다행히도 무는 진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다른 모든 것들은 그렇지 않다.
    ―‘10장 무를 찾아서’ 중에서


| 지은이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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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저술계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K. C. 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과학 컬럼니스트.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학(The Universe and the Teacup)」으로 1995년 미국물리학회 우수과학저술상을 수상했으며,「먼저 구름을 만들어보세요(First You Build a Cloud)」의 저자이기도 하다. 다방면을 아우르는 유능함과 재기발랄한 감각으로 미국 과학저술계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 불린다. 현재 UCLA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 과학저술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같은 존재다. 뛰어난 지적 문학적 철학적 사고로 전문 과학서 독자층을 매료시킴과 동시에, 재기발랄한 언어 감각으로 일반 독자층까지 사로잡는다. 때문에 최근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이어주는 다리로 초끈이론을 소개한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가 다소 어려웠던 독자들이라면, K. C. 콜의 글재주로 다듬어진 초끈이론을 통해 거대한 우주의 기원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무에 관심 있는 인문서 독자들이라면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 지은이의 말 |
감사의 말(page 5 ~ page 8) 중에서
무(無, nothing)는 글로 표현하기에 매우 어려운 주제이다. 한편으로 무는 한계가 없어서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모든 것에 스며든다. 또 한편으로는 흐물흐물하고 비물질적이어서 확실한 모습을 볼 수 없다. 무를 이해하려고 하면, 그것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고 싶어지고 그것으로 말장난을 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진다. 또는 자신의 생각 속에서만 끝없이 헤매거나, 고대 역사의 흥미로운 사실 따위에 빠져들기 쉽다. 물론 이런 일도 즐겁긴 하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목적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유혹을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어느 정도는 실패했기에 독자들의 양해를 구하고 싶다. 어쨌든 나는 이 책에서 무에 대해 뭔가 말했다고 생각한다. 무가 중요하다는 것을 독자들이 최소한 깨닫기만 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무가 없이는 현대 물리학과 수학을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세계를 인식하고 탐구하기 위해 우리가 이용하는 인간의 마음은 무라는 개념과 긴밀하게 얽혀 있어서, 마음은 손쉽게 무에서 유(有)를 만들어내고, 반대로 유에서 무를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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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C. Cole


어쩌면 나는 20여 년 전 한 학술 모임에서 물리학자들이 실제적이고 매우 중요한 현상을 ‘진공’이라고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부터 줄곧 무에 대한 글을 써왔다고 할 수 있다. 그 후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물리학 저술가로서 이 주제를 탐구해 왔다. 이 책을 쓸 수 있도록 기회와 시간을 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감사한다. 특히 편집인 그린버그(J. Greenberg)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중략 ……

나는 이 책에서 많은 양의 기초 지식을 그것을 제안한 공헌자들을 밝히지 않고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중요한 역사적 시기와 지적 발전 단계를 빠르게 훑어보기 위해 생략한 것도 적지 않다. 이렇게 빠진 것들에 대해서는 그 주제를 가장 잘 다룬 문헌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잡고 문헌에 열거했다. 다행히도 뛰어난 책이 여러 권 있다. 예를 들면 끈이론에서는 그린(B. Greene), 우주론에서는 구스(A. Guth), 일반상대론에는 킵 손(K. Thome)의 책이 대단히 뛰어나다.

…… 후략 ……


| 추천글 |
K. C. 콜은 우아하고 유머러스하며 풍부한 재주를 지니고 있는 과학 컬럼니스트이다. 그녀는 우주론에서 입자물리학을 지나 끈이론까지 흐르는, 장대하고 생생한 현대 물리학 여행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우리는 모든 길이 결국 ‘무(無)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주의 구멍』은 우리 시대의 가장 근본적인 과학 문제들에 대한 흥미롭고 즐거운 탐험이다.
― 브라이언 그린, 『엘러건트 유니버스』 저자

뛰어난 책이다. K. C. 콜은 원자 속과 우주 밖의 신기한 세상에 파견된 우리의 외교관이다. 그녀는 이상한 물질들로 구성된 11차원 속에서 연관성을 발견하였으며, 거기에서 유머까지 찾아냈다.
― 데이바 소벨, 『경도』 『갈릴레오의 딸』 저자

‘무’라는 개념을 깊이 있으면서도 가볍고 쉽게 탐색한 K. C. 콜은 다양한 방면에서 조예가 깊다. 그녀는 우주론자나 물리학자, 신경학자, 심리학자, 예술가, 심지어는 신비가들이 무의 생산적이고 불가결한 가치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 올리버 색스, 『색맹의 섬』 저자


| 논평 |
우주! 어떻게 생겨나 어디로 가는가
팽팽하게 긴장된 수평을 유지한 채 흔들리지 않는 수평 막대저울이 있다고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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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수평관계에서 왼쪽에 아주 작은 먼지라도 쌓이면 막대는 그 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얼른 오른쪽에 그 먼지 질량에 해당하는 추를 얹어놓아 수평을 유지시키려고 했는데, 너무 무거웠는지 다시 오른쪽이 기울게 되었다. 또 다시 왼쪽에 적당한 크기의 추를 올려놓아 수평을 맞추려고 한다. 이렇게 수평막대는 계속 아래위로 움직이겠지만 여전히 그 수평을 깨지는 않고 있다. 즉 한쪽 막대가 땅에 닿지 않는 한, 수평막대가 계속 흔들거려도 수평은 수평이라는 말이다.

이와 같이 수평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전자처럼 흔들리지 않고 긴장을 유지하는 수평과 후자처럼 조금씩 요동이 있지만 여전히 수평을 유지하는 흔들리는 수평이다. 전자의 수평을 우리는 무(無)에 유비할 수 있다. 일체의 흔들림이 없던 무의 수평은 먼지와 같은 아주 작은 외부간섭으로부터 시작되는 요동에 의해 양쪽 수평막대 끝에서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발생을 끊임없이 생산한다. 수평막대의 위아래 요동은 물리적으로 말한다면 곧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교환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요동하지만 일시적으로 수평을 유지하는 한쪽 끝에서 볼 때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는 서로 교환이 된다. 쉽게 말해서 합이 영(0)이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에너지가 일단 발생했다는 점에서 에너지는 요동하면 할수록 계속해서 무한히 늘어만 간다. 다른 쪽 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한쪽 수평막대가 한번 진동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수평을 유지한다면 무에서부터 수사적인 차원에서 4배수의 양(+)의 에너지가 발생하는 셈이다. 한편 한쪽 끝의 양의 위치에너지는 비록 가상적 혹은 논리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쪽 끝의 음의 위치 에너지를 수반한다. 음의 에너지는 실제로 생각하기 어렵지만, 전체로 보면 에너지의 합이 영이 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상은 이 책 전반에 흐르는 무에 관한 사유구조를 수평 막대저울이라는 단순한 이야기로 바꾸어 말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우주의 탄생이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앞으로 우주는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을 비교적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130억 년 전 오늘과 같은 우주 탄생을 가져다 준 빅뱅은 거의 무와 같은 존재인 최초의 알갱이로부터 터졌을 것이다. 이 책을 잘 읽으면 그것은 무에서 유가 탄생된 것이 결코 아님을 알 수 있다. 단지 보이지 않는 유에서 보이는 유로 전환되는 사건일 뿐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유를 무라고 말할 뿐이다. 보이는(혹은 보일 수 있는) 유는 보이지 않는 유에 의해서 상쇄되며 따라서 우리는 그 에너지의 합이 영으로 보존된다고 말한다. 무는 이러한 보존성을 일러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유방식은 미래의 우주가 더 커질지 아니면 작아질지를 결정하는 암흑물질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게 해준다. 두 물체가 어느 일정 거리 안으로 서로 붙어 있으면 그들 사이의 인력 때문에 덜커덕 붙어 버릴 것이다. 그러나 일정 거리 밖에 놓이면 이내 더 멀리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우주 물질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결국 우주는 축소할 것이고 성기게 퍼져 있으면 우주는 팽창할 것이라는 생각은 상식에 속한다. 이런 상식을 근거로 보이지 않는 우주물질들 즉 암흑물질의 존재를 필연적으로 상정할 수밖에 없으며, 비록 중력효과만을 갖는 암흑물질은 보이는 것이 모두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하게 추론한다. 그리고 보이는 것만을 유라고 하는 것은 유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이는 추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연구주제인 중성미자가 바로 암흑물질의 강한 후보임을 고려할 때 무에 대한 경험적 접근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논리학에서는 여자와 남자 혹은 A와 ~A는 모순관계이면서 동시에 보집합의 관계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주계에서 무와 유는 모순관계가 아니라 포섭적 전환관계이다. 이 점은 이 책 전체의 요약이기도 하며, 동시에 저자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주의 형상이다. 그 안에는 무가 유를 낳지만 무에서 유가 창조된다는 것이 아니며, 보이는 유는 무의 한 단편이라는 생각이 아주 깊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불교를 좀 아는 이들이 이 책의 이런 전개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놀라운 심장박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입자물리학과 우주물리학의 내용이 범어의 수냐에서 용수의 중론에까지, 화엄경에서 구사론까지, 하다 못해 송대의 벽암론이나 도가사상에 이르는 일련의 빔(空, 無)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외형적 유사성에 대한 놀라움과 기쁨에 빠져버리면 우리 현대 불교 또한 깊은 상처를 입게 될 수 있다. 왜냐고? 책의 저자가 9장에서 말한 부분을 따오자. “불교는 마음으로부터 시작하지만 물리학의 주요 관심사는 관찰대상이다.” 그리고 더 이상의 이유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읽을 만한 책이었다.
― 최종덕/ 상지대 교수(과학철학)


| 칼럼 |
무로 돌아가야 우주가 열리나니 ‘우주의 구멍’

“이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는 두렵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자신의 사유를 모은 <팡세>에서 이렇게 읊조렸다. 끝없이 펼쳐진 텅 빈 우주의 고요가 이 병약한 사상가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물리학자에게 그의 고백은 우주의 본질과 무(아무것도 없음)의 실체를 이해하지 못한 자의 엉뚱한 두려움으로 생각될 것이다. 이들에게, 텅 빈 공간은 영원히 침묵하는 존재이기는커녕 “입자들이 추는 광란의 춤이고 포효하는 바다이며 끓어오르는 가마솥이고 용솟음치는 화산”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과학칼럼니스트 케이 시 콜이 쓴 <우주의 구멍>은 무, 곧 아무것도 없음이 과학적 사고의 역사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 진화·발전했으며 현대 물리학에 와서 과학적 난제를 푸는 열쇳말이 됐는지를 최근의 연구성과를 담아 풀어낸 책이다. 그의 책은 어려운 수식과 딱딱한 문장으로 일관하는 통상의 과학서와 달리 시적인 표현과 유머러스한 문체, 알아듣기 쉬운 예증을 두루 사용해 물리학에 관한 상식적 수준의 독자를 유혹한다.

무는 오늘날 거대한 우주를 연구대상으로 삼는 천체물리학과 극소물질의 세계를 다루는 미시물리학에서 모두 빼놓을 수 없는 중요 개념이 됐지만, 그것이 인간의 사고 영역 안에 확실히 포섭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가령, 수학에서 무를 나타내는 0이라는 관념은 기원 1세기께 인도와 마야에서 등장한 뒤 거의 1천년이 흐른 다음에야 수를 세는 단위의 일원으로 편입됐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게 무는 존재의 결핍으로서, 사고를 혼란스럽게 하는 거추장스런 무엇이었다.

무란 무가치한 것이며 아무런 능동성도 없는 것이라는 생각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에서도 등장한다. 리어왕은 이렇게 말한다. “무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현대의 물리학자들은 이 생각을 정확히 반대로 뒤집었다. “무는 기준이고 유는 파생물이다. 유는 무가 변한 것이다. 어찌 보면 물리학의 역사는 무를 유로 바꾸고 유를 무로 바꾸어간 과정의 역사다.”

<우주의 구멍>은 생활세계의 상식을 뒤엎는 이런 발상이 물리학적 세계에서 어떻게 진실의 무게를 지니게 됐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보인다. ‘없음’이 ‘있음’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지은이가 먼저 제시하는 것이 ‘마당’(장·필드)이라는 개념이다. 마당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자석을 떠올리는 것이다. 자석 위에 쇳가루를 뿌리면 엔극과 에스극 사이에 형성된 자기장을 따라 쇳가루들이 줄을 지어 선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이 힘들의 분포가 마당(장, field)이다.

상대성이론의 창시자 아인슈타인은 “우리의 감각에 물질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은 실제로, 비교적 작은 공간에 에너지가 엄청나게 축적된 것일 뿐이다”라고 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물질은 단순히 마당(장, field)의 힘이 어쩌다 집중된 곳일 뿐이다. 수증기가 맺혀서 물방울이 되듯이, 마당(장, field)이 맺혀서 물질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더 진전돼 우주 전체가 마당(장, field)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마당(장, field) 개념은 무와 유의 차이를 영구히 없애버린 거대한 사고의 혁명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입자와 반입자라는 대칭쌍 개념이다.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면, 그 자리에 구멍이 생기는데, 이게 반전자(양전자)다. 다시 말해, 하나의 입자가 무에서 태어나면 그 구멍, 곧 반입자도 똑같이 태어난다. “우주 전체에서는 모든 시간을 통해 입자와 반입자가 끊임없이 생겨난다.”

이렇게 생겨난 입자와 반입자는 똑같은 양이므로 그 둘을 평균한 전체 에너지는 ‘0’이 된다. 이것을 이해하는 쉬운 예가 번개다. 하루 종일 발생한 번개의 총에너지를 합하면, 음전하와 양전하는 상쇄돼 없어진다. “그러나 균형이 깨져서 불안정한 짧은 순간에 번개는 번쩍이면서 그렇게 아름다운 빛을 낸다.”

결국은, 이 거대한 우주도 입자와 반입자를 총합하면 무가 된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균형이 깨져 물질이 생겼지만, 그와 함께 생기는 반물질을 함께 계산하면 애초의 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무야말로 물리학적 무대의 중앙에 선 주인공인 셈이다.

지은이는 무의 균형이 처음으로 깨진 것이 우주의 시작인 빅뱅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의 균형이 깨지려면 어떤 최소한의 에너지가 무 안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빅뱅 이전의 무를 진정한 무가 아닌 가짜 무, 가짜 진공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왜 완전한 무가 아니고 무엇인가가 있는 무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모른다”이다. 물리학은 풀어야 할 과제를 여전히 가득 안고 있다.

| 이미지 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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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왼쪽부터>
1. 우주에 있는 검은 구멍(블랙홀)
2. 빈공간은 물체들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리고, 흔들리는 공간은 다시 물체를 흔든다. - 플라톤
3. 무에서 충분히 모든 것을 끌어낼 수가 있다. - 라이프니츠
4.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은 금고 속에 넣어둔 돈이 빚과 같다는 것이다. - 아인슈타인

출처 - 한겨레신문 '책과사람' 칼럼 (고명섭 기자)



| 차례 |
· 감사의 말 Preface: Appreciations, Attributions, and Apologies

1장 왜 무인가 Chapter 1 Why Not? A Prelude
2장 무의 등장 Chapter 2 Nothing Happened
3장 혼란스러운 무 Chapter 3 Good for Nothing
4장 무대 중심에 선 무 Chapter 4 Nothing Takes Center Stage
5장 무대 중심이 된 무 Chapter 5 Nothing Becomes Center Stage
6장 무의 줄타기 Chapter 6 Nothing Gets Strung Out
7장 모든 것이 무에서 나온다 Chapter 7 Nothing Becomes Everything
8장 무소식이 희소식 Chapter 8 Nothing in the News
9장 마음속이 무 Chapter 9 Nothing on Your Mind
10장 무를 찾아서 Chapter 10 In Search of Nothing

· 도움 주신 분들 SUPPORTING CAST
· 참고 문헌
· 옮긴이의 말
· 인명 색인 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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