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29일 일요일

다윈의 블랙박스:마이클 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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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블랙박스

지은이 : 마이클 베히
출판사 : 풀빛출판사
책정가 : 20,000원
408쪽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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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kingsi@hosanna.net)

옥스퍼드의 동물행동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저서인 「눈먼 시계공」 제1장에서 생물학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생물학은 어떤 목적을 위해 고안(설계)된 것처럼 보이는 복잡한 대상에 대한 학문이다."(리처드 도킨스, 「눈먼 시계공」, 민음사(과학세대 역, 1994), p.16)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우선 실제로 생물들은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무신론자가 보기에도 어떤 목적을 위해 설계(고안)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눈먼 시계공」 제2장에서 도킨스는 박쥐가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된 것처럼 보이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물론 그는 제2장을 쓴 목적이 설계의 환상을 심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그렇다면 왜 도킨스는 설계된 것으로 보이는 것들을 실제로 설계된 것이라고 결론 내리기를 거부하는 것인가? 그것은 도킨스가 보기에 설계라는 가정을 하지 않고 순전히 자연적인 메커니즘만 가지고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도킨스가 말하는 메커니즘은 바로 자연선택-돌연변이 메커니즘이다. 종의 생존에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는 변이들이 세대를 걸쳐 조금씩 누적되고, 이것이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면 생물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메커니즘이 정말로 모든 생명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면, "생물은 겉으로만 설계된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는 도킨스의 주장은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리하이 대학의 생화학자인 마이클 베히는 「다윈의 블랙박스」에서 도킨스의 "점진적으로 누적되는" 자연선택-돌연변이 메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없는,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을 가진 시스템들이 생물의 생화학 시스템에 매우 많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박테리아의 편모, 섬모, 혈액 응고 메커니즘, 세포 내 운송 시스템, 항원 항체 반응, 그리고 AMP의 생합성이 바로 전통적인 다윈주의가 설명할 수 없는 시스템들이다. 이런 시스템들은 전체 구성요소가 없다면 기능을 갖지 못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 생물의 생존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다.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을 이루는 구성요소들이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서 생겨났다고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5%정도의 구성요소가 존재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을 갖는 시스템들은 구성요소가 없다면 작동을 하지 못하게 되고, 생존에도 별다른 이익이 없게 된다. 그런 시스템을 갖고 있는 생물은 그렇지 않은 생물들에 비해서 특별히 선택될 이유가 없게 된다. 오히려 불필요한 기관을 만들어 냄으로써 한정된 자원을 낭비하게 되어 그렇지 않은 생물들보다 생존에 불리하게 되어 자연선택에 의해 제거될 수 있다.

베히는 도킨스가 이야기하는 점진적인 방식으로 진화할 수 없는 시스템이 실제로 생물들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였다. 그렇다면 도킨스의 "생물은 설계된 것으로 보이지만, 설계를 가정하지 않고서 자연적인 설명을 제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설계된 것이 아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베히는 더 나아가서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설명하는 연구가 전혀 없었음을 지적한다. 그 동안 진화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놀랍게도 생화학에서 발견되는 환원불가능하게 복잡한 시스템들의 진화에 대해서 제대로 된 연구가 없었다는 것이다. 말로는 진화적인 조망이 아니면 생화학과 같은 학문이 불가능할 것처럼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매우 대담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베히의 책이 나온 후에, 베히의 이런 주장에 반대하며 생화학의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의 진화를 설명한다고 주장되는 많은 논문들의 목록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반대자들이 제시한 이런 논문들의 내용을 실제로 살펴보면, 놀랍게도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의 진화를 설명하는 논문이 없다는 베히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된다. 왜냐하면 그런 논문들의 반 이상은 환원불가능한 복잡성과 전혀 상관 없는 단순한 DNA 염기서열 비교나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분석한 논문들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분자의 진화를 설명한다는 논문들도 환원불가능한 복잡성하고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거나, 소설과 다를 바가 거의 없는 가상적인 시나리오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 가장 그럴 듯한 논문조차도 '여러 가지 가상적인 분자 시스템들을 설정해 놓은 후에, 진화가 옳다는 전제하에서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 진화되었어야할텐데, 현재 존재하는 시스템이 가상적인 여러 시스템 중에서 가장 효율적이다'는 내용의 논문이었다. 그 자체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논문이지만 이 논문을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의 진화를 증거"하는 자료로 사용하게 되면, '진화가 참이라고 전제하면 진화가 참이 된다'는 순환논리에 빠지게 된다.

반대한다면서 내 놓은 자료들이 이런 것들에 불과하다면, 정말로 베히의 주장에 반대되는 자료를 정말로 가지고 있기는 한지 의심스러워지게 된다. 목록은 길게 제시하면서 정작 주제와 관련된 논문이 거의 없다면, 그토록 긴 논문 목록은 직접 논문을 검색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비전문가들을 속이기 위한 허세에 불과하다.

「다윈의 블랙박스」는 미국에서 처음 나왔을 때 Nature 나 Science 와 같은 과학적인 저널은 물론이고 Wall Street Journal 과 같은 비교적 대중적인 저널에 이르기까지 많은 곳에서 비평되었다. 그 책의 내용에 대한 평가도 극렬한 찬사에서 격렬한 비난에 이르기까지 극에서 극을 이루었다. 재미있게도 중앙일보의 서평과 동아일보의 서평을 보면, 한국에서도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처음부터 엇갈리고 있다. 앞으로 베히의 책이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베히의 책은 단순히 창조냐 진화냐 하는 극단적인 이분법적인 논쟁을 넘어선 새로운 조망을 제시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 서평]
첨단 현미경 있었어도 다윈은 진화론을 폈을까
- 중앙일보 (2001년 2월 10일, 조우석 기자)
퀴즈 한토막. "『종의 기원』을 쓴 진화론자 찰스 다윈이 세포의 생물학적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있었을까?" 어이없는 질문 같지만, 진화론의 옳고 그름을 판독하는 열쇠를 쥐고 있기도 한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다소 의외일 것이다.

다윈 시절 현미경은 장난감 수준이었고, 따라서 세포에 관한 관찰이 태부족했었으며 생화학적 지식 역시 전무했다.

이를테면 신간『다윈의 블랙박스』 46쪽 대목에 보면 다윈이론의 열렬한 추종자라는 헤켈이 세포를 어떻게 보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세포란 마치 젤리와 다름없는 단순한 탄소 덩어리 정도가 아닐까?"

이 책의 저자는 진화론의 바로 이 허술한 지점을 맹공략한다.

공략무기는 20세기 후반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생화학 분야의 최신 지식들.
이 분야 연구에서 대표성을 갖고 있는 저자 베히는 기본적으로 전문서이면서도 상당한 대중적 서술을 취하는 친절을 베푼다.

그럼에도 정독을 해야 따라갈 수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현재 유전공학의 성과가 밝혀낸, '다윈이 미처 몰랐던 블랙박스' 를 결정적으로 열어 보이며 진화론은 근거없다고 못박는다.

매우 논쟁적인 테마인 '진화론 대(對)창조론' 이라고 하는 오래된, 그래서 얼핏 진부해보이는 논쟁에서 뜻밖에도 창조론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있다.

문제는 이 책의 내용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논쟁이 아니라 이 시대의 핵심 자연과학의 성과를 등에 업은 생물학적 논쟁이라는 점인데, 결과적으로 진화론을 부정하게 되는 역설이 흥미롭다.

관심이 가는 것은 이 책에서 '창조론' 이라는 기독교 냄새가 물씬 나는 말은 단 한군데도 없다.

대신 생화학의 전문용어인 '지적(知的)설계(intelligent design)' 라는 말을 구사한다.

1991년 이후 등장한 최신 생화학 분야 용어인 이 용어 자체가『다윈의 블랙박스』의 핵심 개념이기도 하다.

다소 거칠게 정리하자면, 세포를 포함한 미시세계에서 이뤄지는 생명현상은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 따라서 이런 것은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블랙박스' 이며 이런 시스템은 처음부터 정교한 지적 디자인 작업의 결과일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지적 설계' 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언급을 저자가 피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은 매우 정교하게 서술돼서 복잡한 분자식과 세포에 관한 정보가 들어가 있지만, 복잡한 대목을 성큼성큼 넘어가도 읽기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생명은 신의 작품" … 진화론에 대한 도전
- 동아일보 (2001년 2월 10일, 윤정훈 기자)

‘세포가 만들어진 이후에는 우연에 의해 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정교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가진 세포의 탄생은 진화론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복잡한 전문 용어를 동원했지만 이 책의 메시지는 간결하다. 즉, 진화의 근본단위라 할 수 있는 세포의 생화학적 시스템은 이를 구성하는 화합물의 우연한 조합으로 만들어질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으로 개념화하고, 이는 전능한 ‘지적설계자’의 손길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생명은 신의 창조물’이란 기독교의 공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도발적인 기획이다.

이 책은 1996년 출간 즉시 기독교 뿌리가 깊은 미국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철학적인 주장에 그쳤던 창조론 진영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고, 진화론 진영은 이를 논박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했다. 저자는 일약 필립 존슨, 윌리엄 뎀스키와 함께 미국 창조과학의 새 버전인 ‘지적 설계 가설’(ID·Intellctual Design theory)의 3인방에 올랐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 책의 독해와 해석에는 신중한 균형감각이 요구된다. 기존 진화론이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약점을 근거로 진화론 체계 전체를 송두리째 전복할 수 있다는 논의 전개 방식이 불쾌할 수도 있다.

책의 내용에 대한 치명적인 반론은 베히가 세포의 탄생기원을 연구한 무수한 연구논문들을 참고하지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창조론자 사냥꾼’의 수장인 리처드 도킨스 같은 학자는 그를 ‘게으른 과학자’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신학계 일부에서도 당장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미스터리의 해답을 신(神)에서 찾는 태도에 이의를 달기도 했다.

이 책을 둘러싸고 ‘보스턴 리뷰’ 등에서 벌어졌던 흥미있는 논쟁은 리처드 도킨스 홈페이지(www.world―of―dawkins.com)에 마련된 패러디사이트 ‘베히의 빈박스’(Behe’s Empty Box)에서 볼 수 있다. 원서 『Darwins Black Box』(Simon & Schuster·1996).


'다위니즘*'은 아직도 진실인가

- 조선일보 (2001년 2월 10일)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이후 자연선택에 의한 돌연변이, 또는 적자생존 논리는 단순한 ‘종의 진화에 대한 설명’ 그 이상의 파급력을 사회에 미쳤다. 20세기의 사람들은 그래서 ‘종의 기원’ 이후 나타난 사회적 제현상을 패러다임의 변화로 해석했다.

이 책은 지난 세기 절대적 위치를 차지해 온 다윈적 패러다임에 대한 도전이다. 그 도전은 ‘종의 기원’ 패러다임이 시작된 바로 그곳, 즉 생물학 또는 생명과학에서 시작되고 있다. 저자 마이클 베히는 다윈의 자연선택론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를 주로 생화학적 정보기원의 관점에서 던지고 있다. 특히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이용, “어떤 생화학적 시스템들은 다윈의 메커니즘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증명한다.

뉴턴의 만유인력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도전받았듯, 20세기 절대진리의 하나였던 다위니즘 또한 새로운 가설의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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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베히 (Michael J. Behe).

1974년, 듀라셀 대학에서 화학으로 학사학위를 받았고, 1978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e of Health)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쳐 뉴욕시립대, 퀸스칼리지의 조교수가 되었다.

그후 1985년에 펜실베이니아 베들레헴에 있는 리하이 대학으로 옮겨 현재 생명과학과에서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베히는 9남매의 아버지이며 가톨릭 신자이다.




* 다위니즘 Darwinism
[명사]<생물>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을 바탕으로 진화를 설명하는 학설. 영국의 생물학자 다윈이 주장하였다. ≒다윈설·다윈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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