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3일 일요일

기생수와 가이아이론:인류는 아무 죄없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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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인간의 수가 절반으로 준다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남을까…。인간이 100분의 1로 준다면 쏟아내는 독도 100분의 1이 될까…。모든 생물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기생수 1권 中

위의 생각은 가이아이론이 다분히 저변에 깔린 생각의 편린인 것 같다.
만화 기생수를 보다가 가이아이론에 대한 구질스런 단상들이 떠올라서 간략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의문 1]
제임스 러브록이 가이아이론에서 주장하듯이 지구라는 온갖 잡탕 혼(화)합물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라고 가정해보자.

이제 유기물(생명체)를 모두 제거한 나머지 무기물(광물, 공기, H2O, 흙, 돌)만 지구에 있다면, 과연 그때도 지구가 인류에게 특별한 행성일까?

지구가 인류에게 특별한 이유는 우리가 이곳에 머물고 있는 모행성이어서가 아니라, 수많은 세월 동안 지구환경에 적응해왔기에 친근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땐가, 인류가 우주로 본격 진출하여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행성을 발견한다면, 그래서 그 행성의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면, 그때도 가이아이론에 근저를 둔 인류모독적인 사고방식이 통할까?

개인적으로 결코 아니라고 본다. 한때는 인류의 환경파괴적인 행각을 보며 한숨 짓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지구자체는 인류가 무슨 짓을 저지르건 신경도 쓰지 않는다. 아니 신경쓰는 건 일부 걱정스머프들의 오류이거나 투덜이스머프들의 투덜거림일 뿐이지 않을까 싶다.

가이아이론의 철학적 근거를 무시하자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적극적 환경파괴자들의 몰지각한 행각을 옹호하자는 것도 아니다. 자각하지 못하는 새 환경파괴를 지금도 하고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틀림없이 하게 될 것인데, 그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인류는 다른 생명체를 위해서 스스로 자멸이라도 하자는 발상은 정말 아니라고 본다. 지구 속에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 만큼 인류도 소중한 지구의 자식이다.

오랜시간 생각해보니, 인류가 지구에서 살며 행하는 환경파괴적인 행위가 아무리 극에 달하다해도, 지구는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의 자연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모든 것을 조심스럽게 하다보면 인류는 퇴보할 수 밖엔 없지 않을까? 어쩌겠는가? 지금 당장은 인류의 정신문명이 물질문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자연주의자들의 생각은 분명히 옳은 것이다. 인류가 자꾸 멋모르고 까불대다간, 언젠가 지구가 진짜 화를 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이미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보여주고 있다. 이상기온, 오존층 파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아프리카와 아마존 오지(가 아직도 있긴 한가?)의 자연인들이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 소위 문명권에 살고 있는 문명인들의 죄이겠지. 알면서도 행하는 죄는 씻을 수 없는 대죄라고 하더군…

돌고 도는 논리의 오류에 빠진 듯하지만, 역시 인류는 지구의 바이러스인 것 같다. 위의 모든 말 취소다. -.-; 역시 인류는 몰살당해도 싼 종족들이여~ 뭐여 이랬다가 저랬다가 -.-;

영화 매트릭스에서 스미스의 인류에 대한 장황설이 떠오른다.
(매트릭스…부유하는 유령처럼 계속 내 머리 속을 떠도는 영화다. 이제 그만 내 머리 속에서 나가라! -.-;)
스미스 曰 :
이곳에 있는 동안 깨닫게 된 사실이 있어
네 종족을 분류하다가 영감을 얻었지
너희는 포유류가 아니었어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들은 본능적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데 인간들은 안 그래
한 지역에서 번식을 하고 모든 자연 자원을 소모해 버리지
너희의 유일한 생존 방식은 또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거지
이 지구에는 똑같은 방식을 따르는 유기체가 또 하나 있어
그게 뭔지 아나?
바이러스야!
인간들이란 존재는 질병이야
지구의 암이지
너희는 역병이고
우리가 치료제다

I'd like to share a revelation that I've had during my time here.
It came to me when I tried to classify your species and I realized that you're not actually mammals.
Every mammal on this planet instinctively develops a natural equilibrium with the surrounding environment.
But you humans do not.
You move to an area, and you multiply and multiply, until every natural resource is consumed.
The only way you can survive is to spread to another area.
There is another organism on this planet that follows the same pattern.
Do you know what it is?
A virus.
Human beings are a disease.
A cancer of this planet.
You are a plague.
And we are the cure.


[의문 2]

먼 미래의 어느 때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을 발견하여 이주한 첫 이주민들은 과연 제대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 모든 조건이 다 같을 수는 없을텐데 말이지. 2세는 과연 자연잉태될 수 있을까? 여자들의 생리주기는 어떻게 변할까? 생리주기가 꼭 달만의 영향은 아니다마는… 자그마한 환경의 변화만으로도 변하는 것이 생명체인데, 급변한 환경에서는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을까? 새로운 행성으로의 이주, 정착, 발전은 말 그대로 SF에서나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환경과 생명체 적응의 이 오묘한 메카니즘은 인공적 조절이 불가능한 일이다. 환경은 개조가 아니라 적응의 문제인데, 개조가 가능할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논리의 오류는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역시 난 아무래도 자연주의자쪽에 가까운 인간형인 것 같다. 그다지 내키지는 않는 인간형이다마는 이 또한 내게 주어진 면이니 받아들여서 다듬어야겠지…


기생수의 게시 당시 1화를 그릴 무렵 세상은 지금처럼 에콜로지(ecology, 생태학) 무드에 젖지도 않았고, 환경 문제에 대해 시끄럽지도 않았다. 즉 “어리석은 인간들이여”라고 외치는 이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1화 첫머리에서는 인류 문명에 대한 경종이랄까 그런 분위기로 일단 시작은 했는데, 차차 많은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놓고 떠들어대기 시작하니 도리어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 중략 ……

하지만 파괴, 오염의 원흉인 ‘어리석은 인간들’에 대해 ‘아름다운 야성’, ‘위대한 대자연’의 대표격인 ‘고토’가 이렇게 사라져도 될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삐따기인 내 주의의 많은 사람들이 “어리석은 인간들이여”하고 지겹게 외쳐준 덕분에 좀 더 멀리까지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기생수 10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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