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15일 금요일

내 정신의 그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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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는 수면제 20알을 먹고 아침에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의 기분이다。(여태 수면제 한 알도 먹어보지 못했다마는。-.-;)

이 몽롱한 정신에 환상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그런 장소가、그런 사람이、그런 느낌이 필요한데、
어디를 돌아다녀도 모조리
잡다구리한 글들과、
잡다구리한 음악과、
잡다구리한 사람들뿐이다。
잡다하고 구리구리한 것들。
요즘 내 정신 상태가 구리구리한 것이겠지만。

언젠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모퉁이에서 들리던 한밤의 피아노 소리。
그게 아마 베토벤의 열정소나타였지。
열정 소나타를 연주하고 있었다는 사실보다도、
한밤에 그것도 주택가에서 그렇게 대범하게 열정을 꽝꽝 쳐댈 수 있는 그 사람。
얼굴도 못 봤지만、 그날 그는 얼굴도 모르는
내 정신의 나이테에 음표를 그려대고 있었지。
그 날의 신선한 충격이 그립다。

내겐 그런 것이 필요한데、스스로에게 부족한 점은 어찌 채워야하는 걸까!
콩쥐의 밑빠진 물독마냥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그리고 답답함。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모퉁이에서 한동안 서성대며、주파수를 맞춰대고 있었다.
혹시라도 들릴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오늘도 달은 떠 있었지만 흑암이고、
길모퉁이는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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