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5일 월요일

한국어 ‘국제공용어’로 채택되다

한국어의 국제 언어화 디딤돌 되길
대전일보 | 기사입력 2007-09-28

한국어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그제 열린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제43차 총회에서 국제특허협력조약(PCT)의 국제공식어로 채택됐다. 이번에 우리말과 포르투갈어가 공식어로 채택됨에 따라 PCT 국제공용어는 기존의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8개 국어에서 10개 국어로 늘었다. 우리말이 비록 제한적이긴 하나 세계 선진국의 언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감격적이다. 국제기구에서 우리말이 공식 언어로 처음 채택된 것은 우리말의 세계화를 앞당기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우리말에 대한 자긍심을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의 국제기구 첫 공식어 등극은 한국이 세계 4위의 특허 출원국이자 세계 5위의 PCT 출원국이라는 점에 힘입은 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가 지식분야에서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점이 반영된 셈이다. 한국어가 PCT의 공식어가 됨에 따라 우리말의 위상이 더욱 높아짐은 물론 우리의 지식분야 발전에도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말이 특허 분야 공용어로 사용되면 관련기술 보호가 용이해지고 특허출원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말은 이번 공식어 등극으로 세계인들 사이에 소통되고 교류되는 언어가 될 날을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독일의 언어학자 베르너 사세는 2005년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양이 20세기에야 이룩한 음운이론을 세종은 5세기나 앞서 체계화했으며, 한글은 전통철학과 과학이론이 결합한 세계 최고의 글자”라고 극찬한 바 있다. 또 소설 ‘대지’의 작가인 펄벅은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훌륭한 글자”라고 높게 평가했다. 우리말은 정보화 시대의 적합성과 정보처리 속도 측면에서도 다른 언어들에 비해 월등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우리말의 이번 공식어 채택을 계기로 우리말을 세계에 더 널리 알리는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국립국어원 이상규 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말로만 우리말이 우수하다고 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말을 국가자산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전략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면서 “우리말은 활용 여하에 따라서는 국가와 민족발전에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의미 있는 지적이다. 이번 쾌거를 디딤돌 삼아 우리말의 국제공용어화 및 국력화 노력을 의욕적으로 기울였으면 한다.


한글에 대한 자부심의 근거를 알려주마!
한겨레 | 기사입력 2007-10-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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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선조에게 물려받은 문화유산 가운데 가장 값어치 있는 것 하나만 골라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한글을 꼽을 것이다. 숭례문(남대문) 대신 간송미술관이 간직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을 국보 1호로 새롭게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근거는 무엇일까.

한글은 띄어쓰기가 발달된 언어지만 굳이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다. 다음 예를 보자.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시대를 앞서간 천재문학가 이상이 쓴 시 ‘오감도 제1호’의 일부다. 이 시는 봉건적 질서와 식민지 사회에 저항하기 위해 기존 문법의 띄어쓰기를 무시했다. 일상의 가장 상식적인 질서를 거부한 셈이다. 하지만 시를 읽는데 무리는 없다.

그렇다면 영어를 이렇게 쓰면 어떨까.
“Tobeornottobethatisthequestion.”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 ‘햄릿’에 나오는 명대사다. 그런데 붙여 써놓으니 그 의미를 도무지 모르겠다. 원문대로 띄어쓰기를 하면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란 햄릿의 대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글이 영어보다 우수하다고 볼 수 있는 하나의 예다.

영어는 알파벳 철자를 하나씩 옆으로 늘어 쓰는 반면,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한데 모아 글자를 하나씩 만들고 이 글자(음절)를 이어 쓴다. 한마디로 영어는 늘어 쓰는 데 비해 한글은 모아쓰는 방식을 취한다는 얘기다. 한글은 글자마다 의미가 있어 띄어쓰기를 안 하더라도 대강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명사 전체의 70%가 한자어이고 명사에 붙는 은·는·이·가·도 같은 조사를 쉽게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젊은이들은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 글자수 제한 때문에 대부분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보낸다.

또 한글은 영어보다 한눈에 들어오는 정보가 더 많다. 이것도 모아쓰기의 장점이다. 우리 눈의 망막에 초점이 맺히는 곳에는 보통 6~10개의 글자가 들어온다. 따라서 똑같은 글자수가 눈에 들어올 경우, 한글을 읽을 때 영어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 ‘한국인은 우수하다’(Koreans are excellent)란 문장을 예로 들면 한글 문장은 전체가, 영어 문장은 Koreans만 한눈에 들어온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소리에 따라 기록하는 소리글자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우리 머릿속에서도 인식하는 한글도 소리글자일까? 이는 뇌의 일부가 망가져 글자를 잘 읽지 못하는 난독증 환자를 연구해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소리글자인 영어와 비교하면 이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난독증환자가 ‘책상’이란 글자를 읽으면 ‘책책…상상…책상!’이라고 발음한다. ‘ㅊ…ㅐ…ㄱ…’ 이런 식이 아니란 말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어권 난독증 환자는 다르게 발음한다. 즉 알파벳 철자를 하나씩 나눠 말한다. 책상에 해당하는 단어인 ‘desk’를 발음한다면 ‘d…e…s…k…desk!’라고 말하는 식이다. 한글이 철자가 아니라 소리를 따라 기억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 머릿속의 국어사전은 시각적인 철자 모양이 아니라 발음 소리로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ㄱㄴㄷ’ 순으로 분류된 뒤 ‘ㅏㅑㅓㅕ’ 순으로 나눠진 국어사전과 다른 방식이라 경제적이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철자로 기억하는 대신 음절로 기억하면 자음과 모음으로 단어를 만드는데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고려대 심리학과 남기춘 교수팀이 단어를 인식할 때 ‘철자이웃’과 ‘음운이웃’에서 반응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연구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철자이웃은 한 단어와 철자 하나가 같은 단어이고, 음운이웃은 한 단어와 발음 하나가 같은 단어를 말한다. ‘반란’(‘발란’으로 읽음)이란 단어를 예로 들면 반구, 반도, 반대 등이 철자이웃이고 발달, 발표, 발명 등이 음운이웃이다.

남 교수팀은 36명을 대상으로 철자이웃과 음운이웃이 모두 많은 단어, 철자이웃은 많지만 음운이웃이 적은 단어, 철자이웃은 적지만 음운이웃이 많은 단어, 철자이웃과 음운이웃이 모두 적은 단어를 각각 17개를 제시하며 단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했다.

실험 결과 음운이웃이 많은 경우가 어휘 판단 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머릿속의 국어사전이 음운(소리)정보를 바탕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으로 음운이웃이 많으면 그 이웃끼리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져 판단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연구팀은 풀이했다.

또 연구팀이 시각적으로 제시되는 단어가 뇌에서 음운 정보를 바탕으로 처리되는지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확인한 결과 측두엽을 비롯해 음운 정보를 처리하는데 관여하는 뇌영역이 활성화됐다. 특히 음운이웃이 많은 경우가 적은 경우에 비해 활성화 정도가 더 크게 나타났다.

세종대왕이 소리글자로 창제한 한글이 한국인의 뇌 속에도 소리글자로 깊이 박혀있다는 사실이 현대과학으로 밝혀지고 있는 셈이다. 한글날을 맞아 소리글자인 한글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글 : 이충환 과학칼럼니스트)

※ 소리글자(표음문자)는 소리나는 대로 쓰는 글자입니다. 소리글자에는 음운글자, 음소글자가 있습니다. 음운글자는 일어처럼 ‘가’라는 발음을 나타내는 글자가 ‘が’로 표시되는 글자를 말합니다. 한글과 영어는 음소글자입니다. ‘가’라는 발음을 나타내기 위해 한글은 ‘ㄱ+ㅏ’, 영어는 ‘g + a’로 표시하는 글자입니다. 한자는 소리글자가 아니라 뜻글자(표의문자)입니다.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댓글 2개:

  1. 이 글을 쓴.. 저자는 어떻게 보면 너무 '한국인'의 기준만 보고 글을 작성한 것 같군요.

    우리나라 사람이 한글인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를 보고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영어를 쓰는 사람들 역시 “Tobeornottobethatisthequestion.”를 보고 단박에 알아볼 수 있지요.

    물론 한글이 상당히 완성도 높은 문자인건 사실이지만.. 편협한 시각을 가지는 것은 또 좋지 않음이 사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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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valve - 2007/10/15 01:35
    저도 음운학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없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영어는 띄어쓰기를 하지 않으면 인식에 상당히 불편함이 많을 것 같습니다. 위의 예시와 같은 단문의 경우는 알아 볼수 있겠지만, 장문의 경우는 아마 영어권 사람들이라도 인식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네요.



    예를 들어보면 아래와 같은 문장을 비교해보면 쉽게 위 연구자들의 의도를 간파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영문]

    ArtandmathematicsdiscoveredtheMobiusstripindependentlyofoneanother,andinthesameway



    어떻게 좀 알아 보시겠습니까?

    (영문을 띄어쓰기 하지 않고 길게 적어두니 게시판이 깨어져서 한 줄만 적어둡니다만, 직접 영문 수십줄을 띄어쓰기 하지 않고 붙혀놓고 읽어보시길...)



    [윗글의 번역문]

    예술과수학은사각형의종이를가지고놀면서뫼비우스띠를동시에,또각기다른방법으로발견했습니다.



    ※ 영문을 띄어쓰기하지 않고 책 한권이라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러면 음운학 전문가들의 분석에 대한 의아함이 가실 것 같네요.



    저는 valve님의 견해보다는 음운학 전문가들의 분석을 더 믿고 싶네요. 상식적으로 봐도 영문을 띄어쓰기 하지 않으면 해독하기 힘든 건 사실로 비춰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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